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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 석모도의 저녁시(詩)/이재무 2013. 12. 20. 12:48
비오는 날의 바다는
밴댕이회 한 접시, 도토리묵 한 사발을 내놓고
자꾸만 내게 술을 권했다
몸보다 마음이 얼큰해져서
보문사 법당에 오르며
생에 무늬를 남긴 인연들을 떠올렸다
비를 품고 더욱 단단해지기 위해
저녁 길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비오는 날의 바다가 쓰는
생의 주름진 문장들을 읽는 동안
마음의 자루가 터져
담고 온 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갔다
얼마나 더 큰 죄를 낳아야
세상에 지고도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섬에 와서도 내내 뭍을 울고 있는 내가 싫었다
자애로운 저녁은 어머니의 긴 치마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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