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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지훈 - 산중문답
    시(詩)/조지훈 2013. 11. 16. 20:32

     

     

    새벽닭 울 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 가 멍석자리 쌉살개오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 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능가

    구름 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
    늙은 아내도 이뻐 뵈네
    비온 뒤 앞개울 고기
    아이들 데리고 난는 맛을
    자네 태고(太古)적 살림이라꼬 웃을라능가

    큰일 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
    잘 되어 오는 놈 하나 없네
    소원이 뭐가 있능고
    해매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없으라고
    비는 것뿐이제

    마음 편케 살 수 있도록
    그 사람들 나라일이나 잘 하라꼬 하게
    내사 다른 소원 아무것도 없네
    자네 이 마음을 아능가

    노인은 눈을 감고 환하게 웃으며
    막걸리 한 잔을 따뤄 주신다.

    예 이 맛을 알 만합니더

    (그림 : 장정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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