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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 사모(思慕)시(詩)/조지훈 2013. 11. 16. 17:55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해야 할 말이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다가 지쳐 멍든 눈 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또 한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그림 : 박연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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