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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 흙을 만지며시(詩)/조지훈 2013. 11. 19. 14:25
여기 피비린 옥루(玉樓)를 헐고
따사한 햇살에 익어 가는
초가삼간(草家三間)을 나는 짓자.
없는 것 두고는 모두 다 있는 곳에
어쩌면 이 많은 외로움이 그물을 치나.
허공에 박힌 화살을 뽑아
한 자루 호미를 벼루어 보자.
풍기는 흙냄새에 귀기울이면
뉘우침의 눈물에서 꽃이 피누나.
마지막 돌아갈 이 한 줌 흙을
스며서 흐르는 산골 물소리.
여기 가난한 초가를 짓고
푸른 하늘이 사철 넘치는
한 그루 나무를 나는 심자.
있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
어쩌면 이 많은 사랑이 그물을 치나.(그림 : 박현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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