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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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 쑥국 (아내에게)시(詩)/최영철 2013. 12. 25. 11:58
참 염치없는 소망이지만 다음 생에 딱 한번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그대 꼬드겨 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 그대 입맛에 맞게 간을 하고 그대 기쁘도록 분을 바르고 그대 자꾸 술 마시고 엇나갈 때마다 쌍심지 켜고 바가지도 긁었음 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지금의 그대처럼 사랑한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고맙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아이 둘 온 기력을 뺏어 달아난 쭈글쭈글한 배를 안고 그래도 그래도 골목 저편 오는 식솔들을 기다리며 더운 쑥국을 끓였으면 합니다 끓는 물 넘쳐 흘러 내가 그대의 쓰린 속 어루만지는 쑥국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