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오세영
-
오세영 - 겨울 들녘에 서서시(詩)/오세영 2013. 12. 18. 13:55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 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낱말 몇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은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그림 : 김종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