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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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 독백시(詩)/류근 2014. 2. 13. 11:10
차마 어쩌지 못하고 눈발을 쏟아내는 저녁 하늘처럼 내게도 사랑은 그렇게 찾아오는 것이다 밀린 월급을 품고 귀가하는 가장처럼 가난한 옆구리에 낀 군고구마 봉지처럼 조금은 가볍고 따스해진 걸음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오래 기다린 사람일수록 이 지상에서 그를 알아보는 일이 어렵지 않기를 기도하며 내가 잠든 새 그가 다녀가는 일이 없기를 기도하며 등불 아래 착한 편지 한 장 놓아두는 것이다 그러면 사랑은 내 기도에 날개를 씻고 큰 강과 저문 숲 건너 고요히 내 어깨에 내리는 것이다 모든 지나간 사랑은 내 생애에 진실로 나를 찾아온 사랑 아니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새처럼 반짝이며 물고기처럼 명랑한 음성으로 오로지 내 오랜 슬픔을 위해서만 속삭여주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깨끗한 울음 한 잎으로 피어나 그의 무릎에 고단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