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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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 사람들은 왜 모를까시(詩)/김용택 2014. 3. 25. 11:17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 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그림 : 김복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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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시(詩)/김용택 2014. 3. 22. 18:07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그림 : 유경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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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 강 끝의 노래시(詩)/김용택 2014. 3. 22. 18:05
섬진강의 끝 하동에 가 보라 돌맹이들이 얼마나 많이 굴러야 저렇게 작은 모래알들처럼 끝끝내 꺼지지 않고 빛나는 작은 몸들을 갖게 되는지 겨울 하동에 가 보라 물은 또 얼마나 흐르고 모여야 저렇게 말 없는 물이 되어 마침내 제 몸 안에 지울 수 없는 청청한 산 그림자를 그려 내는지 강 끝 하동에 가서 모래 위를 흐르는 물가에 홀로 앉아 그대 발밑에서 허물어지는 모래를 보라 바람에 나부끼는 강 건너 갈대들이 왜 드디어 그대를 부르는 눈부신 손짓이 되어 그대를 일으켜 세우는지 왜 사랑은 부르지 않고 내가 가야 하는지 섬진강 끝 하동 무너지는 모래밭에 서서 겨울 하동을 보라 (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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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 섬진강에 부는 바람시(詩)/김용택 2014. 3. 22. 18:04
이 산 저 산 넘어서 섬진강에 부는 봄바람은 강물을 찰랑 놀리는데 이내 마음에 부는 봄바람 흔들려야 물 오르는 버들 실가지 하나 못 흔드네 어쩔거나 어쩔거나 섬진강에 오는 요 봄 올똥말똥 저기 저 봄 바람만 살랑 산 넘어오네. 이 산 저 산 넘어간 내 님 이 산 저 산 못 넘어오고 소쩍새 소리만 넘어오며 이 골짝 저 골짝 소쩍거려 꽃 흔들어 산 밝혀놓고 꽃구경 오라 날 부르네. 어서 오소 어서 오소 나는 못 가겠네 어서 오소, 보리밭 매다가 못 가겠네 앞산 뒷산에 부는 바람아 보릿잎 살짝 눕히는 것같이 이 몸 눕히며 어서 오소 태산같이 넘어져 오소, 이 몸 위로 넘어져 오소 (그림 : 이홍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