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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꽃차 만들기
    산야초/차(茶) 2013. 3. 24. 15:57

    연꽃차[蓮茶]만드는 법

     

    ○부생육기의 연차

     

    『부생육기(浮生六記)』에 보면 임어당이 중국 역사에서 가장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성이라고 찬탄한 운(芸)이 연꽃차를 만드는 모습이 나온다. 『부생육기』는 청나라 말기(18~19세기 초) 건륭(乾隆) 가경(嘉慶)연간에 소주(蘇州)에서 활약했던 젊은 화가이며 수필가인 심복(沈復)이 자신의 일생을 기록한 책이다. 책에는 심복이 자신의 아내인 운(芸)과의 삶을 적은 부분이 있는데, 그 중 연차에 대한 기록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해질녘 운이 연밭으로 가서 막 꽃잎을 접으려는 꽃송이를 살며시 열고 조심스럽게 비단주머니에 싼 차를 화심(花心)에 넣어두었다가, 이튿날 아침 꽃잎이 반쯤 피었을 때, 꽃잎이 다치지 않게 살며시 차를 꺼내 샘물을 끓여 차 마시기를 좋아했다. 그 차는 향기가 유난히 좋았다.’

     

    ○운림유사의 연차

    명나라 때 고원경(顧元慶)이 쓴 『운림유사(雲林遺事)』에는 다음과 같이 연꽃차 만드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연못 늪 가운데로 간다. 아침을 먹기 전 해가 떠오를 때, 연꽃이 약간 벙긋한 것을 골라 손으로 꽃송이를 열고, 꽃 속에 차를 가득 넣은 다음 삼 껍질로 묶어 하룻밤을 묵힌다. 다음날 일찍 연꽃을 따서 차를 쏟아 낸다. 종이를 싸서 불에 쬐어 말린다. 이러한 과정을 3번 반복하여 주석 통에 담고 잎 부분을 묶어 저장한다.’

     

    ○제다신보의 연차

    중국 명나라 때 전춘년(錢椿年)이 쓴 『제다신보(製茶新譜)』의 제다제법(製茶諸法)편에도연꽃차(連花茶) 만드는 법이 나온다.
    ‘해가 아직 돋지 않았을 때 방긋이 올라온 꽃봉오리를 헤쳐 열고, 가는 차 한 움큼을 꽃술 속에 가득히 넣은 다음 삼 껍질로 대강 묶은 다음 하루낮 하룻밤을 묵힌다. 다음날 일찍이 꽃을 따서 찻잎을 기울여 쏟아 내고 종이에 싼 차를 불에 쬐며 말린다. 재차 앞과 같이 찻잎을 다른 꽃술에 넣는다. 이처럼 여러 차례 한 것을 꺼내서 불에 말린 다음 거두어 차를
    달이면 말할 수 없이 좋은 향기와 맛이 난다.’

     

    ○고반여사의 연차

    『고반여사(考槃餘事)』는 명(明)나라 도융(屠隆)이 1590년 경에 쓴 책이다. 이 책의 다전(茶箋)편에는 연꽃차 만드는 법이 너무도 정성스럽고 멋스럽게 기록되어 있다.

    ‘해뜨기 전 반쯤 핀 백련꽃을 열어 차를 한 주먹 꽃 수염 속에 넣어 채운 후 삼실로 꽃봉오리를 봉합하여 하룻밤을 새우고 다음날 아침 일찍 꽃봉오리를 따서 찻잎을 꺼낸 후 종이 봉지에 싸서 불기운을 쐰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다른 연꽃 속에 넣었다가 다기 말려두면 기막힌 향기가 풍긴다.’

     

    『부생육기』의 연꽃차와 『운림유사』, 『제다신보』, 『고반여사』의 연꽃차 만드는 방법은 약간 다르다. 운(芸)은 꽃에 차를 넣을 때 해거름에 넣어 하룻밤 동안 넣어두었고, 『운림유사』와 『제다신보』, 『고반여사』에서는 연꽃에 차를 넣는 방법이 같은 모습으로 꽃송이를 옮겨가며 3번 반복해서 연꽃의 향기를 스며들게 했다. 연꽃의 향기가 엷기 때문에 여러 꽃송이에 반복하여 차를 넣으면 더욱 진한 연꽃차를 만들 수 있다.
    운의 연꽃차는 한 번만 넣어 연꽃을 절취하지 않고 차만 채취한다. 그 외에는 모두 3번 반복하여 차를 넣고 연꽃을 따서 차를 얻는 것이 다르다. 또한 다른 책에서는 백련이라고 밝히지 않았는데, 『고반어사』는 확실히 ‘백련(白蓮)’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상이 문헌상으로 살펴본 연꽃차의 제다 방법이다. 요즘 제다 방법은 조금 다양하다. 아침, 저녁에 넣는 것은 선택적으로 하고, 차를 봉오리에 넣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연꽃이 활짝 피었다가 오므라들었을 때 넣을 수 있고, 연꽃이 활짝 피기 전, 피려고 할 때 넣는 방법이 있는데 연향[연심:蓮心]이 훈습되는 양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

    연차(蓮茶)를 만드는 연꽃은 동서양의 많은 문인, 사상가, 철인들이 서정을 부쳤으며 송가를 불러 애찬하고 선호했다.
    고대 민속에서 연(蓮)은 창조, 부활, 염원, 청정, 다산, 장수, 풍요를 상징했다. 그 중에서도 백련(白蓮)은 흰색의 꽃이 아니던가. 흰색은 순결과 청정을 상징하는 성자(聖者)의 꽃이다. 모든 색을 다 받아들이는 수용의 색이고 모든 색을 다 표현할 수 있는 관용의 색이다. 방위학적으로 서쪽을 백색(白色)이라 한다. 백색은 평화를 상징하는 맑고 깨끗한 정토(淨土)의 색이다. 그러므로 하얀 마음을 가진 사람은 모든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다 받아들이고 자신의 사랑과 지혜를 전하는 성자의 인품을 뜻한다.
    백련차(白蓮茶) 한 잔에 소유와 존재에 집착하지 않고, 무아(無我)의 마음으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위대한 성자로 거듭 태어난다면 이번 여름은 모든 차인들에게 뜻 깊은 계절이 될 것이다.

     

    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도 꽃잎이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항상 깨끗하다. 또 꽃이 필 때부터 연밥(蓮實)이 생기고, 다른 꽃에 비해 수명이 매우 길며 그 연실은 2000년이 넘어도 발아한다고 한다. 이같은 특성이 일찍이 연을 상징적인 꽃으로 숭상받게 한 것이다. 이런 백련에 상품(上品)의 차를 넣어 하룻날 하룻밤을 보내 연향(蓮香)이 배게 한 뒤 차(茶)만 덜어 내거나, 필요에 따라 연꽃을 절취하여 감상하며 연차(蓮茶)를 맛 볼 수 있다면 신불(神佛)의 예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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