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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 자작나무 꿈길시(詩)/이태수 2023. 6. 29. 07:01
눈이 내리다 말다 하는 겨울 한낮
느리게 걷는 자작나무 숲길은 꿈길이다
이 나무들은 흰 살결을 드러내기보다
온몸으로 은빛 꿈을 내비치는 것 같다
그 사이로 걸어가다 보면
나도 몰래 그 꿈 언저리를 맴돈다
간간이 내리는 눈송이는
그 은빛 꿈에 같은 꿈을 포개는 걸까
오래전 톨스토이 영지에서 바라보던
그 자작나무들도 하늘로 팔을 뻗으면서
예까지 온 건지 보이다 말다 한다
자작나무 사잇길을 걷다가 보면
내 꿈도 검은 살결에 반쯤은 흰 빛깔을
내비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한결같이 하늘을 우러르는
자작나무의 온몸으로 꾸는 꿈같이
온몸으로 은빛 꿈을 꾸고 싶어진다
겨울 한낮 느리게 걷는 자작나무 숲길은
그런 꿈을 꾸게 부추기기도 한다
(그림 : 안소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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