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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 가을 달밤시(詩)/이태수 2021. 10. 23. 14:21
깊어가는 가을밤, 환한 달빛 아래
샐비어들이 시들고
마른 풀들이 눕는다
하루치의 기억을 거슬러 오르다 말고
오래된 회화나무 등걸에
우두커니 등을 기대어 선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뿌리로 힘주는 나무들을
자꾸만 흔들어댄다
달빛을 그러안는 듯, 가지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단풍나무 붉은 잎들
무슨 풀벌레들인지,
서늘한 바람 소리와 달빛의 각단에
울음소리를 끼얹고, 쟁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제 아무도
얼씬대지 않는다
달빛 속의 집들도 불을 다 꺼버렸다
(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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