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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 불빛과 그림자시(詩)/이태수 2020. 12. 2. 12:05
해 질 무렵에 다시 불을 댕긴다
어둠살이 밀려오고, 가슴에는
불꽃이 조그맣게 타오른다
닿을 듯 말듯 닿지 않는 길 저편의
가고 싶은 곳은 여전히 목마르게 할 뿐
창가에 앉으면 그저 되돌아온 느낌이다
헛돌다 온 것도 같다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굴러 올려 봐도 다시 미끄러져 내리던
길 위의 발자국들이 죄다 이지러진 채
내 옆에 따라와 웅크리며 앉는다
유리창 너머 켜진 수은등이
채도를 높이는 동안, 아닐세라
일렁이며 다가서는 나무 그림자
해가 지면 짙어지는 어둠과
불빛 등지고 서는 그림자들
그렇겠지, 그림자는 그림자끼리
어둠은 어둠끼리 가깝게 마련이겠지
가슴에 가물거리는 불빛이
거느린 그림자들이 어두운 창밖으로
서두르며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그림 : 이갑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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