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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 - 망아지의 풋풋한 아침이 되고 싶다시(詩)/이태수 2020. 12. 5. 13:21
망아지를 키우고 싶다. 내 가슴에
으으으 입술 깨무는
이 목마름을 위하여,
날이면 날마다 가위눌리는
가난한 꿈을 위하여,
뛰어가고 싶다. 때로는
물거품처럼 부서지더라도
식어가는 가슴에 하나, 불을 달고
오랜 망설임도
주저앉아 기다리던 기다림도 박차버리고,
이마를 부딪고 싶다. 휘어지지 않고
하루살이처럼 맹렬하게
하지만 싸늘하게 눈 부릅뜨고
화살 되어 꽂히고 싶다.
어딘가 가 닿아 뜨겁게 불붙고 싶다.
지친 밤에는 하늘의 별들
하나씩 불러 모으고, 가혹한 꿈 돋우어내며
새우잠 속의 뒤척임,
이 아픔도 새벽하늘에 내어다 걸고
어둠 가르며 번뜩이는
칼날이 되고 싶다. 별빛이 되고 싶다.
아아, 망아지가 되고 싶다.
울타리 뛰어 넘어 혹은 불처럼
거침없이 치닫는 야생의
고삐 풀린 망아지,
망아지의 풋풋한 아침이 되고 싶다.(그림 : 박상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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