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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미 - 사랑을 위한 비유법시(詩)/시(詩) 2023. 6. 23. 16:01
삼 년 묶은 김치로 자작자작 끓여낸 찌개처럼 너는 다가왔다
한쪽 다리가 부러져 버려진 나무의자처럼 나는 너에게 기댔다
폐업한 후 방치된 폐건물처럼 너는 멀어졌다
정전으로 멈춘 엘리베이터 안에 날마다 갇힌 것처럼 두려웠다
온몸 피멍 뚫고 바위틈속에서 피어오르는 민들레 꽃처럼 나는 무게에 짓눌려 어깨가 아팠다
동이 틀 때 종탑 위 십자가의 떨림처럼 재회는 오지 않았다
오크통에서 십 년 동안 숙성된 와인처럼 내밀하게 나는 침묵했다
공기처럼 후일담은 허다했고, 일기예보처럼 예감은 빗나갔다
태양빛 비껴 새벽 달빛은 슬프게 기울고
새들은 나무위에서 새 봄을 알리지 않는다
담장 밑 수선화처럼 반쯤 고개든 채,
나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처럼 온기를 자주 버렸다
은밀한 까마귀처럼 누군가 다가와 속삭였다
다시 돌아오면 진짜 사랑이 아니야
먹구름처럼 불길한 것이 나를 끌고 외길을 가고 또 갔다
(그림 : 윤위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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