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다는 것이
무모한 도전과 집착인지 모른다
널 부러진 파지더미
뒹구는 플라스틱 바가지와 라면봉지 사이
고양이 사체가 썩고 있는
어둡고 칙칙한 도시의 변두리
누구나 가지 않는 쓰레기더미를 지나
세상의 높은 담장을 향해
기고 또 기었다
차가운 벽에 달라붙어
정상을 향해
악착같이 기어오르는 무용한 놀음
세찬 비바람에
몇 장의 이파리는 도중에 떨어지고
추억처럼 초록빛이 잠시 반짝이기도 한다
높은 곳의 생(生)도 위태롭긴 마찬가지
그 불안을 떨치기 위해
스크럼을 짜며 오를 수밖에 없는
쟁이들의 업보!
콘트리트 블록에 발톱을 단단히 박고
담장 옆 전봇대를 향해
위험한 한발 또 뻗는다
(그림 : 손순임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문자 - 재료들 (0) 2023.06.17 주민현 - 블루스의 리듬 (0) 2023.06.11 김임순 - 접시꽃 피더라 (0) 2023.06.07 여태천 - 햇빛 한 줌 (0) 2023.06.07 장승진 - 꽃마리 (0) 202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