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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옥 - 빈집
    시(詩)/시(詩) 2023. 4. 14. 01:29

     

    다 떠나고 없는 친정집을 찾았다

     

    마당에 들어서자 할아버지 헛기침 소리

    담뱃대 두드리는 소리가 사랑방에서 새어 나온다

    주인 없이도 무성하게 자라

    빈집을 지키던 풀들이 다가와 발목에 착착 감긴다

    소리 없는 닭들이 두엄을 파고

    뽀얗게 먼지 쌓인 툇마루에서

    엄마는 안반에 국수를 민다

    온기 없는 아궁이에선

    국수 꼬랑지 부푸는 냄새가 난다

     

    부스럼을 한입 물고 삐걱거리는

    마당 가, 녹슨 펌프에서

    어린 손자의 끼~잉 소리가 똑똑 떨어진다

    금 간 장독대 사이에 붉은 봉숭아꽃이

    입술을 겹겹이 열고 활짝 웃는다

    큰언니 나이를 따라 같이 자라온 미루나무에선

    여전히 부엉이 소리가 앉았다 간다

     

    저녁놀 붉게 물든 마당에

    아버지 손때 묻은 사립문이

    삐거덕거리고 바람에 서서히 닫힌다

     

    모두가 없어도 움직임 가득한 집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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