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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나 - 저 달이시(詩)/시(詩) 2023. 4. 14. 01:25
여기는 지리산 골짜기
산나물은 많고 여관은 없다
전화는 되는 곳보다 안 되는 곳이 더 많지만
사랑하기는 좋은 곳
갈 데까지 간 올 데까지 온
남녀가 숨어들어
한 석 달 열흘 불꽃 피워도 좋을 곳
오토바이 경적보다 산새 소리 더 크고
도시의 야경보다 별빛이 더 휘황한 곳
어깨 넓은 바위와 무심히 눈 마주친다
저 바위 같은 사람 하나 알고 있다
슬픔의 무게로 굳어진
바람의 손을 빌린 저 참나무는
마음을 깎고 가는 여자의 뒷모습 어디까지
들춰 보았을까
산새 한 마리 취한 듯 빗금으로 날아가고
이제 외로운 것들은 모두 별 뜨는 곳 어디쯤에
제 그리운 이름 하나씩 걸어놓으리라
언제부터 서 있었나 저기 산마루의 달
저 달에 너와집 한 채 지어놓고
한 열흘 안겨있어 볼까
차마 떠나지 못한 이름 하나 불러 손 비비고 볼 비비고
(그림 : 이영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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