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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 떡갈나무 아래에 서면시(詩)/시(詩) 2023. 4. 14. 01:22
저렇게 앞산이 출렁이는 새벽이면
깔풀나무 한 그루쯤 붙들어 앉히게 마련이다
숲 터럭을 나뒹구는
뜻 모를 바람 소리 수천 가닥쯤
함께 다독이며 볼 따름이다
흔들리는 숲길과 마주친 새벽이면
바삭대는 낙엽 한 웅큼 집어 들고
반 걸음쯤 뒤따라온 마음 한 자락
조심스레 닦아내게 마련이다
여기저기 떠도는 당신의 분신
자꾸 발아래 밟히는 나직한 숨소리
돌아오지 못할 길을 돌아올 듯 가버린 사람
아직 거기 서서 쭈뼛대고만 있을 것인가
이 볼 시린 숲길에 다시 오면
숲 안개 흔들리는 떡갈나무 앞에 서면
묵언처럼 가두어 두었던 그리운 얼굴
주섬주섬 꺼내 보게 마련이다.
(그림 : 박영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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