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숙경 - 가능한 행복시(詩)/시(詩) 2023. 3. 29. 08:21
이 세계는 내가 발명한 거야
한 번도 잠든 적 없는 것처럼
가만히 눈을 뜨면
내가 나를 사라지게 하기도 하고 나타나게 하기도 하지
내가 사라지는 건
엄마에겐 아픔일 수도 있겠지만
엄마도 가끔은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었을 거야
모두를 내려놓으면 슬픔이 사라질까
걸어도 걸어도 국경은 멀지만
희망은 곧 체념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
그런 생각이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누군가 말했지만
그러면 어때 그따위 고상한 말들
어차피 내겐 사치였어
행복과 불행, 그 사이의 다행처럼
오늘은 햇살이 골고루 비쳤어
햇살은 아무도 포기하지 않아
오늘 밤엔 별이 뜨는 쪽으로 걸어갈 거야
아무도 모르게(그림 : 류신정 작가)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휼 - 목련 촛불 (0) 2023.03.29 김휼 - 여기 보세요 (0) 2023.03.29 송호진 - 청국장 (0) 2023.03.25 유하 - 나무의 목소리를 듣는다 (0) 2023.03.25 정진혁 - 여수에서 (0) 202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