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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미 - 친구야, 나는......
    시(詩)/김상미 2023. 3. 25. 13:06

     

    친구야, 나는 너희들이 좋단다

    문 가까이 귀를 너무 바짝 대지 마

    때로는 문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에

    마음 베일 때도 있으니

    내가 좋아하는 너희들의 지적 조심성으로

    똑  똑 똑 두드리기만 해

    그럼 나 문 열어줄게

    문 안의 활력 다 보여줄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사시사철

    뜨겁게 찻물 데워놓을게

    우린 자꾸 나이들고

    틀 속에 갇힐 때가 잦아지지

    반쯤은 눈을 뜬 채

    악몽을 꾸기도 하지

    산발적인 쾌감을 때문에

    아무 곳으로나 칼을 던지기도 하지

    그러나 라일락 향기 밑이나

    노랗게 은행나무 눈부시게 노래하는 길목에선

    꼬옥 손을 잡지

    숨지 마 돌아서지 마

    당당히 당대의 핏줄답게

    함께 걸어가자꾸나

    나는 너희들이 좋단다

    주머니 속에 꼭꼭 숨긴 은장도

    나 빼앗지 않을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너희들의 앞가슴

    절대 넘보지 않을게

    나는 그냥 불만 지필게

    아름답게 불꽃만 지펴올릴게

    떠돌지 마 떠돌게 하지 마

    내가 좋아하는 너희들 자유로운 부리로

    톡톡 튀는 불씨

    식탁으로 물어와

    사람 사는 모습 그대로

    수저를 들자꾸나

    새와 바람이 다니는 남녘 창만 열어놓고

    친구야, 나는 너희들이 좋단다

    (그림 : 정세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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