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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윤호 - 별어곡역
    시(詩)/전윤호 2023. 1. 30. 11:17

     

    지금 여기서 나와 헤어진다
    싸락눈 내리는 적당한
    이별의 온도
    울지도 말고
    웃지도 말고
    그저 가슴께 높이까지만 손을 들어
    잘 가라 다시 오지 마라
    어디 먼 데 가
    따숩게 살거라
    추위에 지친 널 보내고
    빙판길로 이어진 새로운 겨울 속으로
    아주 들어간다

    별어곡역 : 정선 남면에 가면 '별어곡(別於谷)'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의 이름이 별어곡입니다. 우리말로 풀면 "이별하는 골짜기"입니다.
    그리고 그 마을에 무인역(無人驛)인 '별어곡역'이 있지요

    원래 이 마을의 이름은 별암(鼈巖), "자라바위"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마을이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놈들이 "鼈巖"이라는 한자가 너무 어려워서 별어곡(別於谷)으로 고쳐 쓴 것이라는데요... 소가 뒷걸음치다 쥐잡을 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별암보다는 별어곡이 훨씬 애잔한 곡절이 느껴지니 말입니다.

    이별하는 골짜기와 이별하는 골짜기에 세워진 기차역이랍니다.
    그러니 시인은 이리 노래할 수밖에요.
    "잘 가라 다시 오지 마라 / 어디 먼 데 가 / 따숩게 살거라"
    생각하면 세상의 어떤 역도 다 별어곡역이고 별어역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또 생각하면 우리의 한생이 별어곡을 살다 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러니
    내 옆의 당신을 좀 더 따숩게 대해야겠다 싶기도 하고...
    올해는 당신과 둘이 정선의 별어곡역을 다녀와야겠다 그리 생각해보는
    영하의 겨울 아침입니다 (박제영 시인)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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