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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 - 늙은 마을버스의 노래시(詩)/시(詩) 2023. 1. 16. 17:56
다시 돌아가기에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백미러에 어른거릴 때마다
수고와 헛수고는 정거장으로
사이좋게 이어져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비탈을 오른다
패배를 자인하는 것은 쉽지만
재귀되는 비난은
느리게 느리게
끝없이 이어지는 골목길처럼
불행을 재생한다
도로에 난데없이 나타난 강아지처럼
서로의 만남이 재앙의 시발이었던
비운의 시간표
매번 늦고 매번 헐떡이게 하는
최악의 노선도
뙤약볕 내리쬐는 책망의 정거장 지나
비바람 몰아치는 비난의 정거장 향해 오른다
당신이 휘두르는 혀의 채찍에
노새처럼 기어오르는
불쌍한 피학 기계
이제는 더 오르지 못할 것 같다고
모질음 낼 때
불타는 노을이
조금만 더 참으면
이 한살이도 끝이 보인다고
바알간 빛을 던져
엉덩이를 밀어 올린다
악다구니의 생에 갇혀
홀로 버둥대는
기억되지 못할
저 외진 안간힘
(그림 : 황재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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