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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가 눈에 익으면
맨얼굴이 탈이 돼요
거리마다 탈 쓴 사람들이 걷고 있어요
그게 마치 탈춤 같아서
나도 신명이 나죠.
몇 번을 만났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서로 정체는 알 수 없죠.
실은 알아도 모른 척하는 게
이 세계의 불문율이래요. 입을 닫아야 하죠.
그러니 진짜 목소린 숨기고
숨긴 뒤엔 어디엔가 묻어두고선
거리로 나와 춤을 추겠죠.
그땐 이름 모를 유행가가 나올 거고요.
다들 어깨를 들썩이며 흥을 낼 거예요. 아무도 모르게.
누가 누구인지,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정체를 밝히기 위해 우린
정체를 숨겨야 하죠.
그래야 더 신이 난대요.
그러니 마스크를 끌어 올릴 수밖에는 없어요.
(그림 : 이지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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