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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유원 - 자명종
    시(詩)/시(詩) 2022. 12. 29. 08:37

     

    스스로 우는 이 시계는

    어쩐지 자명하다

    자명한 이치처럼 자명해서

    그 울림이 맑고 깊어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도

    자명한 일이라지만

    생각만으로도 벌써

    이제 막 빛이 번지기 시작한 어느 호수

    언저리처럼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자명한 일이어서

    나는 오늘도 이 자명종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놓고

    일을 하거나 잠시 기지개를 펴기도 하며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원하는 시간에 자명종을 맞춰 놓으면

    갑자기 지금 이 시간으로부터 그

    시간까지 하나의 긴

    문장이 적히기 시작하는 것 같고

    나는 이제부터 그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문장에 형광색 밑줄을 천천히 긋기

    시작하는 것 같아

    자명종

    미리 정해 놓은 시각이 되면 저절로

    소리가 울리도록 장치가 되어 있는

    현대의 종아

    커다란 종도 좋겠지만

    커다란 종이 있는 종탑이 있는 성당을

    가질 수 있어도 좋겠지만

    나는 너 하나로 만족하련다

    자명종

    자명한 나의

    사랑 같은 종아

    (그림 : 박준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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