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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함부로 날뛰는 짐승 같아서
성질머리를 살살 달래주어야 한다
저돌적으로 날아온 공을 되받아 후려친다면
빗나가기 십상 이럴 땐
포물선을 그리듯 부드럽게 넘겨줘야 한다
아무 때나 라켓을 휘두르는 건 하수나 하는 일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서 슬쩍 커트만 찔러줘도 된다
있는 힘껏 스매시를 날리거나
과감한 드라이브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
고수의 테크닉이란 그런 것
공을 갖고 놀 줄 알아야 한다
변화와 코스를 생각하며
포핸드와 백핸드로 요리할 줄 알아야 한다
공은 나의 허점을 집요하게 공략한다
비틀거리는 순간 금방 알아차린다
항상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승패를 가리는 게임의 세계에서
막판엔 누구나 한방에 주저앉는다
한방에 메달을 거머쥐는 자가 있고
한방에 낙향하는 자가 있다
뼈아픈 실책이 평생을 발목잡기도 한다
공이 날아온다
어떤 공은
너무 난폭하고 절망적이어서
라켓을 삼켜버린다
공은 라켓을 배려하지 않는다
(그림 : 임현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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