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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도어가 열리면 밀려 나오는 안개
얼굴과 얼굴이 환승된다
무덤덤한 표정이 차오를수록
내릴 곳은 더 멀어진다
흔들리는 손잡이를 붙잡고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
좌석을 차지한 이들은
손안에 세상을 움켜쥐고
손가락만 까닥거린다
안개는 얼굴들을 지우고
얼굴들은 시간으로 우르르 사라진다
역이 또 한 번 열리면 쏟아져 들어오는 액체성 사람들
물방울이 둥둥,
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엉겨
오늘의 안개를 내려받기해야겠다
전광판을 바라보지만
내려야 할 역이 줄줄 흘러내려
나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그림 : 남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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