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때 도시락 싸 가지 못해서
먼 거리 점심 먹으려
부모님 일 나가시고
고추장 비벼 혼자 먹던 꽁보리밥
찬물 한 대접에 가난도 함께 타서 마셨지
다시 학교로 뛰어갈 땐
발바닥에 땀이 차 미끄러졌고
생의 문수 줄여 보아도
마음은 늘 헐거웠지
닳고 닳은 밑창에
달라붙은 꽁보리밥처럼
말표 검정고무신 신고
보리 방귀 소리 연연않고
참나리 환하게 핀 고향 언덕배기
뛰어 다니던 그곳
(그림 : 정용규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은영 - 청혼 (0) 2022.09.14 조성례 - 괴산 장날 어물전에서 읽는 간고등어의 순애보 (0) 2022.09.14 안규례 - 초승달 (0) 2022.09.14 주영헌 - 밥상 (0) 2022.09.14 정끝별 - 꽃 피는 시간 (0)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