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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례 - 괴산 장날 어물전에서 읽는 간고등어의 순애보시(詩)/시(詩) 2022. 9. 14. 16:43
저 자세는 너무 선정적이다
간 고등어 한 쌍이 뒤에서 뒤쪽을 깊이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아직도 몸에는 바다의 문양을 그려놓은 채
질퍽하게 따라 온 고향 꿈을 꾸는가보다
잠든 등 뒤에서 푸른 파도가 넘실거린다
여전히 등을 뒤덮는 파도소리에
왁자한 사람들의 흥정소리
다른 고기들의 목이 잘려나가는 칼질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수만리 타향으로 강제이주 당하면서도
물살을 가르던 정분을 잊지 못해
가슴에 품고
혹한 속에서 더더욱 몸을 밀착 시킨다
싱싱합니다 싱싱해 상인의 말을 꿈속으로 끌어당기며(그림 : 김의창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