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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옥 - 나를 만지다시(詩)/시(詩) 2022. 8. 17. 19:49
어둑발 내리고 또 혼자 남아 내 몸을 가만히 만져보네.
얼마만인가. 내가 내 몸을 만져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
그래, 기계처럼 살아왔으니 고장이 날 만도 하지.
기름칠 한번 없이 돌리기만 했으니 당연한 일 아닌가.
이제 와서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내 몸 곳곳의 나사들은 붉은 눈물을 줄줄 흘릴 뿐이네.
필사의 버티기는 이제 그만,
급기야 나사 하나를 바꿔볼까 궁리하네.
나사 하나쯤 중국산이나 베트남산이면 어때,
벼락 맞을 생각을 하기도 하네.
어둠 속에서 난 싸늘하게 굳은 나사 하나를 자꾸만 만져보네.
(그림 : 이형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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