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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례 - 못 말리시는 어머니시(詩)/시(詩) 2022. 6. 27. 13:34
농사는 그만 짓겠다고
작심한 듯
작년 가을 창고 깊숙이 보관해 둔
농기구 다시 꺼내 당신의
유모차에 싣는다
어기적어기적 골목을 빠져나와
가파른 언덕을
숨차게 오르시며
이놈의 숨이 끈어져부러야 연장을 놓제
그러기 전에는
안된다 안된다시며
감자밭으로 들어가시는 어머니
아픈 다리 질질 끌고
물 만난 물고기처럼 거침없이 움직이는 손
힘없다 힘없다 하시면서
저런 힘이 어디서 솟구치실까
어머니 손길 닿는 곳마다
잡풀들이 아우성이다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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