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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숙 - 손의 감정시(詩)/시(詩) 2022. 6. 10. 15:58
손의 감정은 직진이다
두 팔 벌려 포옹하고 등을 토닥일 때
맛있는 음식을 그 앞으로 밀어놓으며
쭈욱 찢은 김치를 밥 위에 얹어 줄 때
언 손을 꼬옥 잡고 입김으로 녹여 줄 때
손은 말보다, 마음보다 먼저 마음으로 직진한다
오른손과 왼손이 스치기만 하였을 뿐인데
입술보다 먼저 사랑을 눈치채는 손
눈치가 빠른 손의 심장은 빨갛게 닳아 오르며 요동친다
두 손을 가슴에 대고 기도할 때
두 손을 흔들며 배웅할 때
두 손을 비비며 허리 숙일 때
두 손을 높여 손뼉 칠 때
아, 두 손으로 책상을 치며 일어설 때
손은 기쁨과 슬픔, 분노와 모욕의 힘으로 핏줄이 굵어진다
TV 리모컨을 쥐고 소파에서 혼자 잠이 들 때
왼손이 오른손을 주무르며 잠에서 깨어날 때
손의 감정은 노을처럼 쓸쓸하게 저물어 간다
(그림 : 정형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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