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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 한 끼니시(詩)/시(詩) 2022. 6. 9. 14:35
찬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
은빛 멸치 몇 마리 고추장에 찍어
한 끼니를 해결했다
넘치지 않는 느낌의 든든함이
맹물처럼 깔끔하다
마냥 게을러지고 싶은 날
허물없이
밥상에 멸치봉지 그대로 펼쳐놓고
편하게 부를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한다
빈 북처럼 내장을 휘돌아 나오는 공명
아무리 떠올려봐도
떠오르는 이 없는 허기를
찬물에 말아 꾹꾹 삼킨다
(그림 : 이미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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