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옥 - 물김치
    시(詩)/시(詩) 2022. 5. 24. 12:26

     

    입속에 감도는 달달한 알배추

    맘은 급하고 시간 없는데

    언제 다듬고 씻어 같이 살까

    사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니

    무청 금새 시무룩해진다

     

    생각이 또 다른 생각 물어

    수 없는 잡념 묻어있는 잔뿌리

    살살 긁어 한 입 크기로 자른다

    암술과 수술이 요술 부려 흔들리는 날것들

    천일염 뿌려 다독다독 절이는 성격

    버물버물 버무리는 봄빛 마늘빛 젓갈빛

    네 맛도 내 맛도 없이 겉돌기만 한다

     

    언젠가 비워질 걸 알면서도

    둥둥 떠있는 자존심

    평생 살 것처럼 당당히 떠있다

     

    밍밍하면 달빛넣고 짜면 별빛 넣어 버무린다

     

    푸풉거리는 개구진 웃음소리 들리는 물김치

    출출한 소리에 풋내는 사라지고 시큼해 침 고이면

    선분홍으로 상기된 감성

    설렘으로 물들어가는 지성

    텅 빈 가슴 익어가듯 철없던 번뇌도 익어간다

     

    보시기 찌릿찌릿 시원한 맛

    속노란 고구마와 먹는 무의 경지

    지루한 결혼생활 개운하게 헹군다

    빛과 그늘 번갈아 퍼담으며

    끼니때마다 낌새 들여다보는 국자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는 것은 그 음식으로 하나가 된다는 것

     

    짠냄새 푹 삭혀 속 비우고 가는 수행의 길

    숙성되어 가고 있는 당신과 내가 담군 삶

    (그림 : 이금희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희찬 - 봉양  (0) 2022.05.24
    정성수 - 사람 하나 그립다  (0) 2022.05.24
    이분기 - 뜨뜻미지근  (0) 2022.05.23
    김환식 - 나무  (0) 2022.05.23
    정재규 - 기둥  (0) 2022.05.23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