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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에 감도는 달달한 알배추
맘은 급하고 시간 없는데
언제 다듬고 씻어 같이 살까
사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니
무청 금새 시무룩해진다
생각이 또 다른 생각 물어
수 없는 잡념 묻어있는 잔뿌리
살살 긁어 한 입 크기로 자른다
암술과 수술이 요술 부려 흔들리는 날것들
천일염 뿌려 다독다독 절이는 성격
버물버물 버무리는 봄빛 마늘빛 젓갈빛
네 맛도 내 맛도 없이 겉돌기만 한다
언젠가 비워질 걸 알면서도
둥둥 떠있는 자존심
평생 살 것처럼 당당히 떠있다
밍밍하면 달빛넣고 짜면 별빛 넣어 버무린다
푸풉거리는 개구진 웃음소리 들리는 물김치
출출한 소리에 풋내는 사라지고 시큼해 침 고이면
선분홍으로 상기된 감성
설렘으로 물들어가는 지성
텅 빈 가슴 익어가듯 철없던 번뇌도 익어간다
보시기 찌릿찌릿 시원한 맛
속노란 고구마와 먹는 무의 경지
지루한 결혼생활 개운하게 헹군다
빛과 그늘 번갈아 퍼담으며
끼니때마다 낌새 들여다보는 국자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는 것은 그 음식으로 하나가 된다는 것
짠냄새 푹 삭혀 속 비우고 가는 수행의 길
숙성되어 가고 있는 당신과 내가 담군 삶
(그림 : 이금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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