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박일만 - 강화 북쪽
    시(詩)/박일만 2022. 5. 18. 20:56

     

    동해에서 내처 달려온 철책이

    간격을 더 벌려 마주 선다

    물길을 한껏 끌어안은 탓이다

    강이 빗장을 풀어 바다를 껴안고

    물과 물이 몸을 섞고 피를 나눈다

    건너편 깃발은 시대를 아는 듯 각을 접었고

    대신 빨래가 병영을 지키며 나풀거린다

    나무들끼리 가끔은 초병을 흉내 내며

    강 건너에 대고 거수경례를 한다

    양 갈래로 둘려진 철책너머로

    어부들은 출항했다가 해가 지기 전 돌아온다

    늦으면 이데올로기의 낙오자가 될 것이다

    바람 부는 날에는 돌아갈 곳을 잃은 두루미들이

    외발로 초병 대신 경계근무를 서면

    눈길을 피해 물고기들은 더욱 깊이 가라앉는다

    한방에 먹이를 물어야한다는 수칙은

    이미 오래된 전략,

    그 많은 세월동안 바라보다 이념은 빛이 바래고

    강은 늘 출렁이며, 출렁거리며

    제 속에 앞뒤 산천의 그림자를

    죄다 끌어 모아 덮고 산다

    (그림 : 손장섭 화백)

    '시(詩) > 박일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일만 - 봄, 들키다  (0) 2021.03.19
    박일만 - 회덕분기점  (0) 2019.12.02
    박일만 - 가로등  (0) 2019.08.15
    박일만 - 주소지  (0) 2019.08.15
    박일만 - 빚진 봄  (0) 2019.08.15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