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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숙 - 놓고 오거나 놓고 가거나시(詩)/허영숙 2022. 5. 18. 18:54
언제부터 있었나 저 우산
산 적 없는 낯선 우산이 꽂혀 있다
비올 때 내게 왔다가 비 그치자 가버린 사람이 두고 간 것
오래 거기 있는 줄 모르고,
손잡이의 지문
아직 남아 있는 줄도 모르고,
나도 어디 놓고 온 우산은 없나
누가 펼쳐보고
내가 놓고 간 우산인지도 모르고
적셨다 말리며
적셨다 말리며 밥집으로 찻집으로 녹을 키우며 흘러가고 있을까
비올 때 간절하다 햇살 돌면 잊어버리는 사람처럼
살 부러져 주저앉을 때까지 손잡이 지문을 바꾸는
저 우산은
호적이 없다
(그림 : 황규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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