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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자 겨우 논물 드는데
다 버리고 남도로 간다는 당신의 말은 슬펐네
곳간의 단단한 볍씨 같은 말
땅 헐거워지면 뿌려지고
비가 오거나
비가 오지 않더라도 당신이나 나나
살아가고
살아지고
제 한 몸 스스로 거두는 나무도 꽃을 버리고
허공을 비워두네
물자리 깊은데
서로 엉성한 절기를 지나네
고랑 터는 비라 하더라도
아프게 우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어서
하늘을 다그치네
구름이 숨차게 뒤를 따르네
청명 지나 입하사이 한 사람이 깊숙이 숨네
올해는 울음도 풍년이어서
그 질긴 곡식 낫질하느라 손 마디마디 붉게 헐겠네
곡우(穀雨) :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 곡우(穀雨)는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음력 3월 중순경으로, 양력 4월 20일 무렵에 해당한다.
곡우의 의미는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그림 : 심수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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