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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점 시험지를 부모님께 보여주지 않고 찢어버린 죄
곤충 채집한다고 잠자리를 잡은 죄
소풍 갔을 때 삼색 김밥을 혼자 먹은 죄
누렁이를 동네아저씨들에게 주라는 아버지 말을 고분고분 따른 죄
공부하다가 코피가 나면 기분 좋아 웃은 죄
수업거부 투쟁할 때 친구를 꼬드겨 설악산으로 놀러 간 죄
다짜고짜 헤어지자는 말로 한 여인을 울린 죄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것 하며 살라고 얘기하지 않은 죄
2년만 더 살고 싶다는 아버지 앞에서 소리 내어 울지 못한 죄
이리저리 눈치 보다가 똑바로 서 있는 법을 잊어버린 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내 집 새는 곳만 살펴본 죄
얻어 마신 술이 사 준 술보다 많은 죄
고해성사하면
다 용서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죄
(그림 : 김도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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