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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담 - 소금꽃 담쟁이시(詩)/시(詩) 2022. 5. 13. 15:18
- 어느 페인트공의 노래
오늘도 나는 까마득한 절벽으로 출근을 한다
아찔한 공중에서 꽃 피우는 나무처럼
십 층 이십 층 삼십 층
목숨을 밧줄 삼아 오르면
바람은 언제나 등 뒤에서 불어오고
마른 계절은 발밑에서 흔들리는데
가파를수록 푸르러지는 우리들의 갈증
바닥이 사라진 허공을
더듬더듬 손톱 끝으로 매달리면
불안은 나를 끌어주는 침묵의 힘줄
빈 몸으로 쓸고 가는 사막일지라도
끝내 저 벽을 덮을 것이라고
늘어지는 줄을 다시 당기면
수백 개의 해는 한꺼번에 떠서
이마에 절어드는 소금꽃 땀방울
우리의 노동은 끝나지 않고
막걸리 한 사발에 가쁜 숨 토해내면
아삼삼 두고 온 새끼들 눈에 팔랑거려
마디마디 무릎 세워
그 벽을 껴안았다
(그림 : 이현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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