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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이나 하루를 쓰고 무심코 버려질 때마다
나는 무사한 날들을 꿈꾸었다
내가 잡았던 연장이나 자재들이 쉼 없이 일하는 동안
기름때에 얼룩진 저녁이 오면 검은 노을이 진다
무엇이 나를 사지로 내몰아대는가 닳고 해어져서가 아니다
스멀스멀 내 안쪽까지 파고들어 위협하는 분진이나 기름때에
방어선을 넘겨주었을 뿐이다
오른쪽과 왼쪽이 없다 정해진 것은 과거이고 정해지지않은 것은 미래다
날품같은 사랑이 전부다
(그림 : 이유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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