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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영 - 비 내리는 연못시(詩)/시(詩) 2022. 5. 3. 19:00
무수한 바늘이 거울에 박힌다
바늘에 찔릴 때마다 고리고리 피어나는 웃음들
웃음 사이로 멀미에 익숙한 하늘이
출렁이는 거울을 들여다본다
고통도 극에 다다르면 느낄 수 없다지만
얼마나 아픔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저토록 무수한 바늘이 꽂혀도 웃을 수 있을까
잠수에 서툰 수련이 물방울을 모아 굴린다
청개구리가 초록 섬으로 상륙한다
예상치 못한 아픔은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한 때 철없어 잡았던 손을 엉겁결에 놓아버리고
빗속을 걸으며 실컷 웃어본 적이 있다
내리꽂히는 빗방울이 바늘이었으면 했다
무수한 바늘에 꽂힌 가슴이라면 숨이 멎을 터
망각이야말로 고통을 멈출 궁극의 길이라 생각했다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한동안 무수한 바늘들이 가슴에 내리꽂힌다.
비 그친 연못, 웃음소리 고요하다.
(그림 : 신인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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