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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 - 만개(滿開)시(詩)/시(詩) 2022. 5. 4. 14:59
한 시도 쉬지 않던 너의 발걸음이
마침내 절정에 이르렀구나
벚꽃의 만개여
더 이상은 갈 데가 없는 절대절명
그 팽팽한 긴장감의 한계에서
더러는 한두 잎
너의 종말을 예고하는 낙화
아아 벼랑 끝에 선 자의 절망이
그 깊은 나락을 굽어보며
사치를 다한
마지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화자 어디선가 풍악도 울리는
휘황하게 너무나도 휘황하게 불 밝힌
가슴 저리는 슬픔
벚꽃의 만개여
(그림 : 장태묵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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