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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이 나를 향해 플래시를 비추네
내안에 자라는 어둠을 향해
나는 살포시 주저 않고
바람이 내 머리위로 비를 몰고 오네
냇가에 던져놓은 빨랫감처럼 쓸려갈 것 같았네
그렇지만 나는 돌부리에 걸려 꼼짝 못하네
골짝에는 짙은 침묵이 조용히 내려앉고
이름 모를 어떤 새가 성가를 부르네
바위에 걸터앉아 그 소리 곰곰 씹어보네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지네
더러워진 옷을 비벼 빨 듯
잔잔한 선율이 파문을 일으킬 때
고개를 숙이고 속울음 우네
눈물은 한동안 그치지 않네
얼마나 지났을까
저린 다리 주무르며 일어나는 가볍고 환한 얼굴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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