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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미 - 나무가 되어시(詩)/조용미 2022. 3. 24. 09:30
내가 라일락, 하고 부르면
말은 벌써 나무가 되어
그 자리에서 향내를 낸다
삼월이면 봉긋
연초록 싹을 가지마다 틔우고
스물두 해째 되는 해엔
감기 기운이 있는 하얀 꽃들을
구름처럼 피워올렸다
말의 향내로 그윽하게
차를 한잔 끓인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나무의 가지들, 퍽 퍽
입속에선 폭죽처럼
꽃망울이 터지고
몸안에서 무성하게 자라나는
가지 많은 라일락 나무
말 한마디로 나는
꽃나무가 되어
(말은 장난이 아닌데)
손바닥에 새집을 짓고
시늉처럼 서 있다
(그림 : 이현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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