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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붓는 빗속에서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헤매 다녔다
비는 지나치게 굵고
막 쏟아진 눈물처럼 뜨거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가 근심스러운 눈길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무언가 말해서는 안 되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따뜻하고 아름답고 다정한데
나는 그녀가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을 품고 있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깨어났다
그녀는누구인가 내가 가지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
그녀는 고요히 내 이마를 짚었다
왜 빗속을 비명을 삼키듯 울먹이며 걸어 다닌 것인지
꿈속의 나는 내가 다 알 수 없는 나이다
내 이마를 짚었던 그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꿈속의 나라고 여겨지는 사람은 내가 아닌 누구인가
그 여인이 나인 것만 같다
꿈속 나의 마음은 늘 나를 조심한다
(그림 : 이은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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