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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나란히 앉아 있다
각자 비스듬히 앉았다
우연히도 다른 장소의 같은 시대에 산다
한 접시에 붙어 있는 계란 프라이 두 개를 정확하게
반반씩 나누어 먹는다
커피와 녹차를 마신다
일요일은 둥근테이블에 앉아 오래 책을 읽는다
소리나지 않게 문을 닫았다
조용하게 손을 씻었다
문밖과 문안에서 잠시 보았다
일요일은 눈앞에 자꾸 보이는 슬개골을 만져보게 된다
얼굴은 보지 않게 된다
자연스러운 일요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움직일 때마다 문안과 문밖에 서 있게 된다
다른 장소의 일요일로 이동한다
서걱서걱한 일요일 송곳니 같은 인수봉을 바라본다
철학이 없는 일요일이 계속된다
(그림 : 정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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