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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한 마리 나뭇가지를 물고 숲속으로 날아가네
한마음 뭉클함이여, 나 그대를 불러보네
새가 둥지를 짓기 위해 첫 나뭇가지를 엊어놓듯,
그대라는 이름으로 불러보는 무수한 들꽃과 풀잎
그대 깃들이지 않은 곳 없네 저 휘파람새 울음,
붉은 산수유 열매, 토끼풀꽃, 갈대의 흔들림
새들은 내 눈빛들의 메아리를 물어 온 숲에 둥지를 틀고,
나 빠른 시간의 물살 바깥에서 따스한 알로 정지하네
그토록 느린 저녁의 산책이여, 송진 내음의 사랑은
가슴에 환한 명상의 불빛을 밝히고, 나 그대의
이름들과 함께 이 저녁의 넓이를 한없이 키워가네
그대는 느린 달의 속삭임, 빛의 울타리로 나를 가두네
사람의 마을로 떠밀려가던 생을 멈추고,
기나긴 산책의 오솔길에서 나 그대를 불러보네
이 저녁 그리움 위에 첫 나뭇가지를 얹어놓듯
(그림 : 이문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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