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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 달맞이꽃이 피었습니다시(詩)/시(詩) 2022. 1. 17. 17:05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길을 따라서
걷다보니 어느새 그 강가에 닿았습니다
절로 깊어진 내 안의 그리움처럼
무성한 갈대밭머리 강물은 숨죽여 흐르고
강심을 향해 물수제비만 뜨다가 돌아오는 저녁
바람의 숨결 속으로 향기를 풀어놓는
노란 달맞이꽃을 보았습니다
하늘 어디에도 달은 보이지 않고
달맞이꽃 맑은 향기만 물안개처럼 피어올라
내 발은 연심 허방만 짚어 비틀거렸습니다
흘러가며 스스로 맑아지는 강물처럼
당신도 세월의 물살 속에 풀어 놓으면
잊히고 지워질 줄만 알았는데
여린 꽃향기에도 이렇게 어지럼증 앓는 걸 보면
당신을 잊고 사는 일은 영영 그른 일만 같습니다
달맞이꽃이 피었습니다
그 한마디 전하고 싶어
낡은 수첩 속 당신 이름을 찾다가
달의 마른 기침 소리에 화들짝 놀라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놓고 간 그 한 마디가
달맞이꽃 향기에 묻어 집까지 따라왔습니다
(그림 : 한부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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