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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 하루는 하나의 루머가 아니다시(詩)/천양희 2022. 1. 15. 10:44
새벽이 왁자지껄 길을 깨운다 가로수들이
벌떡 일어서고 눈에 불을 켜고 가로등이
소의 눈처럼 끔벅거린다 땅은 꿈쩍 않는데
차들이 바쁘다 발을 구른다 구를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하루 구르는 것이 하루의 일이라서 일의
속이 오래 덜컹거린다 어둠 속이든 가슴속이든
속은 들수록 깊어지나 바깥은 하루살이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진다 지는 것들은 후기(後記)가
없다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고 말할 뿐이다 나는
왠지 세상에서 서늘하여 지는 해를 붙잡았다
놓는다 잘 보내고서 기억하면 되는 걸 그러면
되는 걸 하루가 천년 같다고 생각해본 사람들은
안다 하루는 하나의 루머가 아니다 오늘 하루는
내가 그토록 살고 싶은 내일이다
(그림 : 김성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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