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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하 - 폐염전에서시(詩)/시(詩) 2021. 12. 21. 09:22
들불처럼 번지는 서녘 낙조로
겹겹의 허를 검붉게 덧칠해도
이 자리 해거름은 언제나 황홀이다
갈대숲 가르마를 탄 길을 걸으니
지척으로 묻어나는 뜨거운 갯내음
썰물 따라 빠져나간 갯벌의 점자문을 읽으며
옹이 박힌 나무벤취에 앉아 조각난 기억을 깁고있다
질척거리며 염전이 끌고 오는 비릿함
은빛 결정의 짠맛을 기억 못 하는 폐염은
저녁노을 뜨겁게 엉켜서
몰아치는 저 처절을 목가적으로 만든다
하늘과 바다의 통정이 깊어지는 물빛은
제 안에서 키운 검푸른 내장을 쏟아내고
펄에 박힌 저 오랜 물결무뉘 판각처럼
황량한 바람이 지나는 자리
물빛을 뜨는 바람 갈 곳 몰라도
주인 잃은 폐선 위에
닻 내린 낮달만
제 얼굴 창백히 설움에 겨운데......(그림 : 김도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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