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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현 - 파도의 기분시(詩)/시(詩) 2021. 7. 26. 21:26
바다에서는
누구나 웅크리는 법을 알게 된다
고기잡이배들이 해안선을 그렸다가 지운다
해변에 오면 사람들은 신발을 벗어 들 준비가 되어 있다 벗어 둔 신발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신발을 생각하지 않는다
수평선은 수평선에게
파도는 파도의 기분으로
나를 밀어내고 있었다 밀려기고 있었다
모래처럼 부서진 기분을 뭉쳐 파도에게 주었다
웅크린 몸을 펴
벗어 둔 신발을 집어 들면
맞잡은 두 손에도 계절감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대로 괜찮다
바다에서 돌아와 바짓단을 펴면
아는 낱말의 수만큼 밤이 되겠지
파도가 내게 모래를 한 움큼 넣어 주었다
(그림 : 조만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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